시대를 반영하는 의료법의 변천

이전 글에서 의료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메디컬코리아’라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한국의 의료관광산업에 대해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처럼 발전하는 의료기술을 보다 합리적으로 활용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서 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법과 정책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도 ‘의료법’은 보건의료 관련 법체계에서 가장 근간이 되는 법으로, 의료 전반에 있어 상위법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기존에 제정된 법은 시대에 따라 급변하는 의료 환경과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법이 보건의료체계의 전반을 합리적으로 규율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의료 환경을 고려한 계속적인 개정을 거치게 됩니다. 오늘은 법률의 제⋅개정과정을 간단히 살펴보고, 의료법의 변천과정과 최근 이슈가 되는 개정의료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전반적으로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절차를 입법과정이라 하고, 발의된 법률안은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입법이 이루어집니다. 그 과정을 단계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법률안 제출, 국회의결, 공포와 효력발생 또는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과 재의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부에서 법률안을 제출하거나, 국회의원 10인 이상의 찬성으로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단계로 제출된 법률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며 법률안의 적절성과 타당성을 검토하고, 상임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건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져 위법⋅위헌성⋅자구 검토 절차를 거친 후 본회의에 회부됩니다. 본회의에 부의된 법률안은 질의와 토론을 거쳐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됩니다. 마지막으로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률안은 국무회의를 거쳐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공포시 20일 후 효력이 발생하고, 법률안이 거부될 경우에도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함으로써 5일 안에 공포를 거쳐 법률안이 확정됩니다.

본회의에 회부되기 전에 거치는 상임위원회는 총 17종류로 해당 법률과 관련된 사항을 소관하는 상임위원회에서 심사를 하게 됩니다. 의료와 관련된 법률 역시 이러한 입법절차를 거치는데, 대부분 보건복지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되어 검토를 마친 후 본회의로 넘어가게 됩니다.

의료법의 제정은 1951년 9월 25일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국민의료법’에서 출발합니다. 그 이전에 1944년 8월 21일 일제강점기 시대에 제정된 ‘조선의료령’이라는 의료인의 강제 징용을 위해 만든 의료법이 있었으나, 이는 일본의 억압하에 제정된 것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전쟁으로 인한 의료시설 복구 및 의료복지를 비롯하여 의료전반에 관하여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자 자주적으로 제정한 ‘국민의료법’이 현행 의료법의 진정한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1962년 3월20일 ‘의료법’으로 전면 개정되었고, 의료법은 제정 이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의료환경과 수요를 반영하며 개정을 거듭해오고 있습니다.

1960년~1980년대는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며 의료 분야에 있어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그에 따른 권리보장이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모자보건법과 같이 다양한 보건의료 관계법들이 제정 및 개정되었고, ‘의료보험법’이 제정되며 법을 통해 의료를 사회적으로 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1990년 초반까지는 민주주의 운동이 활성화되며 다양한 사회보장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의료분야에서도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을 고려한 ‘노인복지법’,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되며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로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거치게 되며 과도한 규제위주의 정책이 시행되었다가 비판을 받아 규제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연하게 사회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체계가 정비되기 시작하며, ‘응급의료에 관한 법’, ‘국민건강증진법’ 등이 제정됩니다. 이와 같이 의료법의 역사적 변천은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 것으로서 당대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간접적으로 제시합니다.

최근 개정된 의료법을 통해서도 사회의 이슈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 8월2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인 ‘불법 사무장병원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면허증을 대여하여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게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불법 사무장병원이란 의료인 자격이 없는 자에 의해 운영되는 의료기관을 의미합니다.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개정법안이 제시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의료법은 그 시대 사회를 나타내고, 변천을 통해 의료환경을 유동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죠.

의료법의 변천과정을 살펴보며 어떠한 시대적 흐름이 있었는지 왜 그러한 입법이 필요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의료기술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의료환경 및 국민의 수요를 합리적으로 반영한 세심한 의료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어서 최근 제정된 보건의료 관련 법률인 ‘첨단재생의료법’에 대해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문헌>

-News1, ‘사무장병원’ 개설자 처벌 강화…의료법 개정안 통과,

http://news1.kr/articles/?3687069, 2019.8.10

-손명세, ‘보건의료법제의 변천’, 법제처, 2000

-강공언, ‘보건의약관계법규’, 제이엠케이, 2019

-박지용, ‘보건의료법학에 있어 역사적 연구방법’, 대한의료법학회, 회지 Vol.18, No.1, ,2017, 171-197pg

<이미지출처>

http://memorial.assembly.go.kr/mmrl/main/mmrlMain/main.do

시대를 반영하는 의료법의 변천”에 대한 3개의 생각

  1. “다른 사람에게 면허증을 대여하여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게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를 강화” 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대개 나이 드셔서 더 이상 현역에서 활동하시지 않는 의사 선생님들이 면허를 대여하는 경우는 의료인이 아닌 사무장에게 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무장이 아닌 다른 의사에게 대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의료법상 “1의료인 1의료기관 운영” 원칙이 있기 때문에, 병원을 2개 이상 운영하고자 하는 경우에 다른 의사의 면허를 빌리는 것입니다. 다른 의사에게 면허를 대여해주었다 취소되면 그 경우도 마찬가지로 영구히 재교부가 안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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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녕하세요 교수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인 ‘불법 사무장병원 방지법’과 관련하여 질문해주신 부분에 대하여 답변드리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면허증을 대여하여 면허가 취소된 의료인에게 면허를 재교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를 강화’했다는 표현은 영구적인 면허 재교부 금지가 아닌 형사처벌의 정도가 강화되었다는 의도로 쓴 것입니다. 즉, 현행법은 의사가 다른 사람에게 면허를 대여한 것이 적발되면 2년 이내 면허를 재교부 받지 못하도록 되어있지만 개정안은 이 기간을 3년으로 강화할 것을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법 제4조제4항 ‘의료인은 발급받은 면허증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서는 아니 된다.’을 위반한 경우, 제65조제1항제4호에 따라 면허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사무장이 아닌 다른 의사에게 대여하는 경우’ 역시도 본인 이외에 다른 사람에게 면허를 대여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면허가 취소되면 개정안에 따라 3년 이내 면허 재교부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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