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와 생명윤리

지난 시간에는 줄기세포 치료 및 연구를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첨단재생의료법’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줄기세포의 연구는 의생명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재생의료분야의 혁신적인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생명과학기술이 발달함과 동시에 그 이면에는 윤리적 갈등 상황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다양한 의약품개발과 질병의 치료는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켰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무분별한 실험으로 인해 생명윤리적인 문제나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는 것처럼 말이죠. 오늘은 줄기세포 연구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생명윤리와 결부되어 문제되는 부분을 중심적으로 다뤄보려 합니다.

줄기세포란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로 ‘미분화’세포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세포가 분열하고 증식하면서 고유한 구조와 기능을 갖게 되는 과정을 분화라고 하는데, 인간이 성장하면서 키나 몸무게가 커지고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 모두 분화과정을 거친 것이죠. 줄기세포 치료는 이러한 원리를 활용하여 병이나 사고로 손상된 부위에 줄기세포를 넣어 분화시킴으로써 치료부위를 낫게 하는 재생치료방법 중 하나입니다.

줄기세포는 분화능력 및 채취장소에 따라 종류가 나뉘는데, 크게 성체줄기세포가⋅유도만능줄기세포⋅배아줄기세포가 있습니다.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는 다기능줄기세포라고도 불리며 탯줄이나 성인의 몸에서 추출되는데, 몸의 각 조직마다 서로 다른 성체줄기세포가 존재합니다. 태반⋅제대혈⋅양막 줄기세포도 이에 속합니다. 줄기세포 중에서 분화능력이 가장 낮아 특정 기관과 관련된 한정적인 세포로만 분화가 가능합니다. 안정성이 높아 암이 생길 위험이 적어 치료제 개발이 가장 활발한 줄기세포이기도 합니다.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분열을 막 시작한 상태의 수정란인 사람의 배아에서 유래되는 것으로, 인체의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줄기세포 연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조건을 지니고 있지만, 배아를 생명으로 보는 관점에 따르면 윤리적인 문제로 논란의 중심이 되는 세포이기도 합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는 역분화줄기세포라고도 불립니다. 이는 사람의 일반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넣고 자극을 주어, 분화능력을 가진 배아 상태의 세포로 되돌린 것을 의미합니다. 분화능력은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하지만, 수정란이나 배아가 아닌 일반 체세포로부터 추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닙니다. 하지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 때 자극제로 사용되는 바이러스가 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구조가 같아 위험성이 높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줄기세포의 종류를 살펴보면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줄기세포 연구에서 생명윤리와 결부되어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바로 ‘줄기세포가 추출되는 원천을 인간이라는 생명체로 볼 것인가’입니다. 성체줄기세포는 탯줄이나 성인의 체세포에서 추출하고, 유도만능줄기세포 역시 일반세포에 변형을 가한 것으로 윤리적인 논란이 적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들어진 수정란에서 추출해내기 때문에 생명윤리적 측면에서 찬반 견해가 대립됩니다.

윤리적인 문제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입장의 첫 번째 논거는 배아가 장차 태아로 자랄 수 있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점입니다. 연구를 위해 배아를 파괴하여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행위는 생명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해서는 건강한 여성에게서 대량의 난자를 얻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난자 거래 시장이 형성되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두 번째 논거는 배아줄기세포의 안정성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환자가 가진 유전정보와 다른 세포가 주입되는 것으로 치료가 필요한 특정 조직으로 분화된다고 하더라도 면역거부 또는 유전적 문제로 암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높습니다. 즉,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윤리적 문제를무릅쓸 만큼 연구의 효율성 및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합니다.

이에 반하여 찬성 측에서는 배아는 수정 후 14일이 안된 상태로 구체적인 장기를 형성하기 전의 세포 덩어리 단계이지 생명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초기 배아는 태아가 되기 전 단계이기 때문에 독립된 인간이라 볼 수 없다’는 2010년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토대로, 초기 배아를 이용하는 연구를 생명권 및 인간의 존엄성과 직접적으로 결부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배아줄기세포는 다른 줄기세포보다 분화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질병의 새로운 치료의 장을 열 수 있고,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을 논거로 듭니다.

결과적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배아에게도 인간의 존엄성 및 생명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인간은 독립적으로 이성과 감각을 지니고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어야 합니다. 배아는 스스로 생명을 유지할 능력이 없이 모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태아와는 달리 기본적인 장기의 형성 및 분화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즉, 독립적으로 이성과 감각을 지닌 존재라 볼 수 없고, 태아조차 권리의무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그 전단계인 배아 역시 그 주체일 수 없습니다. 나아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제2조제3호’에 따르면, 배아를 ‘세포군’이라 지칭하며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5. 12. 29.>

3. “배아”(胚芽)란 인간의 수정란 및 수정된 때부터 발생학적(發生學的)으로 모든 기관(器官)이 형성되기 전까지의 분열된 세포군(細胞群)을 말한다.

따라서 배아에게는 인간과 같은 정도의 존엄성 및 생명권 보호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배아줄기세포연구의 안정성이 확보되어 의학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면, 질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에 기여하는 부분이 더 클 것입니다. 또한 윤리적 이유로 배아줄기세포연구를 무조건적으로 금지한다면 무분별하고 불법적으로 이루어질 음성적인 연구의 문제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연구를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지원하여야 더욱 안전하고 또 다르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배아는 인간의 가능성을 지닌 세포군이기 때문에, 배아줄기세포연구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무분별한 연구나 불법적인 난자거래를 발생하기 위해서는 배아에게 윤리적으로 독자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법적으로 규율하는 것이 조화로운 해결책이 될 것입니다. 실질적으로 생명윤리법 제33조부터 제35조는 배아줄기세포의 등록, 제공, 이용 등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으며, 나아가 제23조제2항은 금전거래를 통한 난자제공 및 알선을 금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배아줄기세포연구의 윤리적 문제는 생명윤리법을 통한 섬세한 입법을 통해 보완되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생명윤리법 제1조에 따르면, 생명과학연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인체를 보전(保全)하는 범위 내에서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줄기세포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500여개의 줄기세포 관련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만큼 재생치료에서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윤리적 문제를 이유로 연구를 주저하다 보면 충분한 기술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채 다른 국가에 밀려 적극적인 질병 치료의 기회를 얻지 못할 우려가 있습니다.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윤리적 문제로 인해 연구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문제를 완화한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연구를 활성화하거나 입법적으로 규율하는 것과 같이 조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참고문헌>

-동아사이언스, ‘면역세포? 줄기세포? 첨단재생의료법은 뭐지?’,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5832, 2017.1.7.

-의학신문, ‘줄기세포-재생의료 실용화 방안’

http://m.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1300, 2017.5.22.

-김혁돈, ‘줄기세포연구와 배아보호’, 법학논고, 32권 32호, 2010, 329-356pg

-김영건, ‘생명의 윤리와 생명 공학 논쟁’, 서강대학교 생명문화연구소, 2016

<이미지출처>

http://stemcell.alliedacademies.com/call-for-abstr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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