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의 예외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이와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들어본 적이 있는 분이라면 아마 대부분 의약분업과 관련해서 들어본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한국에서 의약분업은 2000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저 또한 (의약분업 이전인) 어린 시절에 몸이 아프면 병원에 들러 진료와 약 처방을 한꺼번에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면 진료와 약을 한꺼번에 의사에게 받을 수 있는 예외는 없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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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씀 드렸듯, 의약분업 시행 후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니라면 병원에서 진료를 본 뒤 약국에서 약을 타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 ‘특별한 경우’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의약분업 예외 환자인 교도소 정신질환 수용자를 들 수 있습니다. 관련 법 규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한민국 의료법(2009. 1. 30. 법률 제9386호로 개정되어 2016. 5. 29. 법률 제142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 17조 제1항 본문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檢案)한 의사[이하 이 항에서는 검안서에 한하여 검시(檢屍)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를 포함한다],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의사나 치과의사가 「전자서명법」에 따른 전자서명이 기재된 전자문서 형태로 작성한 처방전(이하 “전자처방전”이라 한다)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작성하여 환자(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직계존속·비속, 배우자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말하며,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로서 환자의 직계존속·비속, 배우자 및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를 말한다) 또는 「형사소송법」 제222조제1항에 따라 검시(檢屍)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검안서에 한한다)에게 교부하거나 발송(전자처방전에 한한다)하지 못한다.

 

대한민국 약사법

제23조(의약품 조제) ①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 다만, 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의 학생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다. <개정 2008.2.29., 2010.1.18.> (중략)

④제1항에도 불구하고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조제할 수 있다. (중략)

3. 응급환자 및 조현병(調絃病) 또는 조울증 등으로 자신 또는 타인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하여 조제하는 경우 (중략)

10. 병역의무를 수행 중인 군인·의무경찰과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교정시설,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보호소년 수용시설 및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외국인 보호시설에 수용 중인 자에 대하여 조제하는 경우

 

그렇다면 정신과 전문의가 교도소 수용자들에 대해 직접 진찰하는 절차 없이, 수용자 대신 병원에 방문한 교도관들에게 종전의 처방전이나 진료기록에 기하여 종전과 같은 의약품을 조제·교부해도 될까요?

 

나아가, 자신이 처방한 의약품이 교도소에 반입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수용자들에게 복약지도를 하기 위해 교도관들에게 ‘환자보관용’ 처방전 1부씩을 작성·교부하는 것은 합법일까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은 “교도소 정신질환 수용자에 대해 직접 진료 없이 종전의 처방전이나 진료기록을 보고 의약품을 조제·교부한 의사에게는 의료법 위반사실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어놓았습니다.

 

수용자들을 직접 진료하지 않고 정신과 의약품을 조제 및 처방한 의사에 대하여,

– 해당 수용자들은 의사에 의해 상태가 직접 확인되어지지 않은 초진 환자들이고,

– 증상 등에 비추어 거동이 불가능해 병원을 방문할 수 없었다거나 의사가 교도소 의무관실로 출장 진료를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는 경우에는 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러한 대목에서는 만약 의사가 수용자들의 상태를 여러 차례 확인해 본 적이 있는 재진 환자이거나, 증상 등에 비추어 거동이 불가능해 병원을 방문할 수 없었다거나, 교도소 의무관실로 출장진료를 하기 불가능하였다고 볼 만한 예외사유가 있었다면 수용자들에 대한 직접진료 없이도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대법원은 의사가 자신이 직접 처방·조제한 의약품임을 나타내는 내용과 함께 ‘환자보관용’임을 표기한 처방전 형식의 문서를 작성한 경우 문서는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한 의약품임을 증명하는 문서로서 구 의료법에서 정한 증명서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증명서는 약사로 하여금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처방전과는 구별되며, 의사 등이 직접 진찰 의무를 위반해 증명서를 작성해 누구에게든 이를 교부하면 구 의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증명서의 사회적 기능이 훼손된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수형자 인권에도 도움이 되는 방침이라고 생각됩니다. 수형자들 특성상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즉각적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기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의약분업의 예외를 엄격하게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참고문헌

서정보. (2010). 의약분업 10년의 빛과 그림자. 의료정책포럼, 8(2), 74-79.

송성철. (2003). 의약분업 실시 3주년_다시 의약분업을 생각한다. 의료정책포럼, 1(3), 74-82.

안병철, 김태일, 문명재, 김주환. (2007). 의약분업정책과 관료의 역할. 한국행정학회 학술발표논문집, , 37-61.

대한민국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http://glaw.scourt.go.kr/wsjo/intesrch/sjo022.do)

대한민국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도12608 판결 원문(위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사이트에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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