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사람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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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의료법 블로거로 활동하며 생명 존중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해왔습니다. 모두에게 평등한 생명 이야기부터 생명이 한 생명으로서 가치를 가지기 위해 지켜져야 할 것들, 그리고 생명의 끝을 결정하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이번에는 생명의 기준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형법 제269·270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돼있습니다.

제27장 낙태의 죄

제269조(낙태) ①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전 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법을 살펴보면 낙태는 제27장 낙태의 죄로 규정돼 낙태를 한 당사자인 부녀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낙태 시술을 시행한 의사는 2년 이하의 징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시술 당사자와 시술자가 모두 처벌받는 것입니다.

 

생명은 당연히 소중시되고 존중받아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생명이 다른 생명을 위태롭게 하거나, 생명의 시작이 위태로운 경우에는 생명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 따르면 다음의 경우에는 합법적으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優生學的)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準强姦)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② 제1항의 경우에 배우자의 사망·실종·행방불명,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동의를 받을 수 없으면 본인의 동의만으로 그 수술을 할 수 있다.

③ 제1항의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심신장애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로, 친권자나 후견인이 없을 때에는 부양의무자의 동의로 각각 그 동의를 갈음할 수 있다.

 

 

법률을 살펴보면 1항, 2항은 태아를 위해, 3항과 5항은 산모를 위해, 4항은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기 때문에 제정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국내법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행의 낙태 금지법에 대한 논란은 본 블로그의 ‘무엇이 비도덕적 진료행위인가?(https://wp.me/p69l35-qH)’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낙태 찬반론자들의 핵심 쟁점인 ‘태아를 언제부터 사람으로 볼 것인가’하는 기준을 알아보려 합니다. 낙태의 허용 기준은 각 사회의 통념에 비춰 낙태를 하더라도 생명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회적 합의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 낙태법 지도(http://worldabortionlaws.com/map/)를 보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카테고리 Ⅳ로 분류되어있습니다. 카테고리 Ⅳ은 12주 이내 낙태가 합법인 나라들입니다. 60년대 이후 여성 인권 신장에 따라 영국은 1968년, 미국은 1973년부터 낙태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앴습니다. 스위스는 10주, 독일과 이탈리아, 덴마크 등은 12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 미국도 주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12~13주 내의 낙태는 가능합니다.

 

대부분의 나라가 약 12주를 기준으로 하는 데에는 12주 이전의 태아가 모체 외에서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살인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낙태 과정에서의 고통 역시 12주 미만의 태아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느끼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이 반영되어있습니다. 추가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특히 나이를 만 나이가 아닌 출생 후 한 살을 부여하며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신생아를 보다 독립적인 인격으로 대하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낙태법이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96개국 중 우리나라를 포함한 134개국이 ‘낙태’를 부분적으로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지 않는 나라는 6개국(엘살바도르, 몰타, 바티칸,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니카라과)이고, 아무 제한을 두지 않는 나라는 캐나다, 중국, 베트남, 북한 등 총 4개 나라라고 합니다.

 

이에 지난 1월 뉴욕 타임즈에서는 한국이 OECD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낙태만 허용하는 손에 꼽히는 나라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2010년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2006년에 실시한 가임여성에 대한 설문에서 16만 9천여건의 시술이 이뤄졌다고 밝혀졌고, 실제 시술 사례는 결과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한해 낙태 시술에 대한 재판은 25건에 불과하고 이중 4건만 유죄가 내려진 점을 들어 법과 현실의 괴리를 꼬집기도 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낙태법은 뜨거운 감자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결정권에 대한 의식이 강해지는 만큼 대체적으로는 이전보다 규정을 완화하는 추세입니다. 유엔(UN)역시 지난 2011년 경제적인 사유에 의한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합법화하라는 권고를 내리면서 사회적 의식이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가을 23만명이 낙태 합법화 청원을 청와대에 제출했으며, 헌법재판소도 곧 낙태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 판결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여성인권 상장과 별개로, 낙태의 허용 여부는 태아의 생명을 언제부터 인정해주는가에 따른 논의이기도 합니다. 생명의 기준을 정자와 난자부터로 잡는지, 수정된 시기로 잡는지, 착상된 시기로 잡는지, 출생 직후부터로 잡는지에 따라서 생명의 기준은 달라지기 마련이니까요.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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