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실습참관에 동의하셨나요?

a medical student

2016년, 동네 산부인과에서 검진 받던 어느 부부는 아이가 저체중아로 태어날 위험이 있으니 큰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유 받았습니다. 만삭이던 A씨는 일부러 여성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왔기 때문에, 여성 전문의가 있는 대학병원을 선택하였습니다. 출산 당일 진통 과정에서 남성인 의사가 내진함에 불편함을 느꼈던 A씨는 제왕절개를 하는 수술실에 남성인 의사가 들어오는지를 병원 측에 문의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오늘 수술실에 들어오는 남성 의사는 없다고 확인하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수술실에는 의대생인 남학생 2명이 제왕절개 수술 참관을 목적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대학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자,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이 임상실습 및 참관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씨는 자신이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참관이 이뤄졌다는 사실과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제3자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에 괴로웠습니다.

 

오늘은 어떻게 대학병원(teaching hospital)에서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할 수 있을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생명의료윤리 영역에서 종종 이러한 케이스가 발생하는 이유는 서로 ‘동의(consent)에 대한 이해(conceptions)’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학병원 측에서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수술받는 데에 동의했다’는 것은 학생들의 임상실습 및 참관을 승인한다는 내용을 함축하는(implied) 동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측에서는 학생 참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고 본인이 이에 대한 분명한(explicit) 동의를 하지 않았으니 동의한 적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위 경우에 어떤 동의로 이해되어야 하는 지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위험하거나 침습적인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서면으로 된 동의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이와 달리 제왕절개 수술 참관이 그렇게 위험하진 않지요. 그럼에도 환자는 수술 외의 다른 목적으로 자신의 몸이 사용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위의 케이스처럼 말입니다. 누군가는 그 참관으로 인해 자신의 존엄과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학생들의 임상실습 및 참관 대상인 환자에게 구체적으로 명시된 동의를 받지 않는 것이 실무적으로 효율적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동의를 구하지 않는 것이 정말로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필라델피아에서 수학하는 의대생에 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체적인 충분한 정보에 의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지 않고 마취된 환자에게 골반 검사를 수행하는 시술을 하고 난 의대생들은 이 시술을 수행하기 전보다 ‘의사는 환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할 필요’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실습을 끝낸 학생들의 51%가 동의를 덜 중요하게 받아들였으며, 이는 아직 실습을 끝내지 않은 학생들 보다 19% 낮은 수치였지요.

 

2019년인 지금 대학병원에서 내밀한 검사나 수술에 관한 임상실습 및 참관을 진행할 때 환자에게 동의를 받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수술이나 검사에 학생들이 참여하게 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명시하거나 동의를 구한 자원자를 받는 등과 같은 윤리적 대안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585314

Tom L. Beauchamp, James F. Childress, Principles of Biomedical Ethics seventh edition, p.110-112.

 

<이미지 출처>

https://pixabay.com/photos/doctor-stethoscope-medical-2860504/

대학병원 실습참관에 동의하셨나요?”에 대한 1개의 생각

  1. 비록 하급심 판결이지만, “대학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이자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의 임상실습 및 참관이 교육과정의 일부로 정해져 있고 환자의 입장에서도 이를 당연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대학병원의 경우에는 참관에 대한 산모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더라도 묵시적인 동의가 있는 것으로 보아 산모의 반대의사가 명시적으로 표명되지 않는 한 학생들의 참관이 허용된다”라는 판결이 있습니다. (http://www.law.go.kr/precInfoP.do?mode=0&precSeq=165173)

    그런데 블로그에서 언급한 사건은 산모가 남자 의사의 참여를 명시적으로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의대생을 참관시켰으므로 환자의 동의를 따르지 않았다고 보아야겠네요. 남자 의사를 거부했다면 남자 의대생도 거부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해석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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